October, 2026
이을타워 브랜딩 인터뷰

디지털을 넘어 공간으로, 이을타워 프로젝트
화면 속에서 완성한 디자인은 실제 공간에서도 같은 모습일까요? 디지털 화면을 주로 다뤄온 디파이 팀에게 이을타워의 ‘공간 사이니지 설계’와 ‘실물 촬영’은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눈으로 현장을 확인하고 손으로 실물을 다루며 우리만의 답을 찾아 나섰는데요.
발로 뛰며 완성한 이을타워 프로젝트의 비하인드를 보미 님, 용환 님, 성빈 님께 들어봤습니다.

과거와 현재, 공간과 사람을 잇다
이을타워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최보미
이을타워는 이름 그대로 ‘을지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공간과 사람을 이어준다(잇다)’는 연결의 가치를 담은 프라임 오피스 프로젝트입니다. 서울 CBD(도심업무지구)의 중심에 자리한 이을타워를 단순히 일하는 건물이 아닌, 사람과 공간이 교감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브랜드 네이밍부터 가이드라인, 어플리케이션, 공간 사이니지까지 브랜딩 전반을 기획했습니다. 발주처와 저희 모두에게 만족스러웠던 뜻깊은 경험이었어요.
장용환
공간 전체에 브랜딩이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하는 것이 저희의 핵심 역할이었는데요. 2024년 10월 네이밍 작업에 착수해 2025년 초 네이밍과 메인 디자인을 확정했고, 이후 3개월간 실물 어플리케이션과 공간 사이니지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네이밍부터 브랜드 어플리케이션까지 전 과정을 다루셨는데, 그중에서도 유독 고민했던 작업이 있었나요?
장용환
아무래도 사이니지 작업이 그랬던 것 같아요. 화면 속 디자인을 실제 오피스 공간 스케일로 옮기는 과정이다 보니, 공간에서 어떻게 나타날지 감을 잡기가 쉽지 않고 고민이 정말 많았습니다.

여섯 번의 답사로 찾은 사이니지의 기준
사이니지를 설계하면서 어떤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셨나요?
장용환
저희가 둔 핵심 기준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이니지’였습니다. 직관적인 픽토그램과 시선 높이에 맞는 위치·크기처럼 사용성을 최우선으로 두었고, 에스컬레이터나 지하 동선 곳곳에 로고를 자연스럽게 배치해 공간의 브랜딩 밀도를 높였습니다.
레퍼런스를 찾으러 공간 답사를 무려 여섯 번이나 다녀오셨다고 들었어요. 어디를 어떤 기준으로 보신 건가요?
장용환
이을타워가 서울 CBD에 자리 잡고 있다 보니 주변 건물과 지역 특성을 직접 눈으로 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직장인 유동 인구가 많은 종로부터 광화문, 을지로 일대를 직접 걸어 다니며 오피스 건물들을 살펴봤습니다. 특히 오래된 건축물과 현대적인 공간이 공존하는 을지로 특유의 분위기를 더 유심히 관찰하면서 디자인 영감을 받았던 것 같아요.
직접 현장을 둘러보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있었을 것 같아요.
장용환
처음 하는 일이다 보니 '일단 눈에 보이는 건 다 찍어가자!' 하는 마음이 앞섰어요. 한 건물에서는 관리인분이 오셔서 '뭐 하는 분들이냐, 왜 사이니지만 골라서 찍어가냐'라고 물어보시길래, 사이니지가 너무 예뻐서 찍고 있다고 하니까 되게 황당해하셨던 기억이 나요.

발로 뛴 답사 경험이 이을타워 작업에 실제로 도움이 됐나요?
장용환
정말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을 실감했어요. 모니터로 볼 때와 실제 공간이 주는 압도감은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화면에서 충분히 키웠다고 생각한 요소도 막상 현장에서는 눈에 잘 안 띄었고요.
그 경험이 이을타워 작업의 확실한 기준이 됐어요. 이을타워는 다른 대형 오피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지 않아서, 모든 공간에 큰 사인을 설치하기보다는 유동 인구가 많은 2층과 지하 동선에 안내 기능을 집중했습니다.
주변 벽면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크기와 소재를 다듬어, 방문객 모두가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일관된 공간 경험을 완성했습니다.

이미지 생성 버튼 대신 카메라를 든 이유
요즘은 3D 목업이나 AI 도구가 워낙 잘 되어 있잖아요. 직접 실물을 제작하고 촬영까지 진행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홍성빈
목업이나 AI 이미지로도 표현할 수 있지만, 실제로 구현했을 때만 느껴지는 질감과 현장성이 확실히 있다고 생각했어요. 화면 안의 결과물에 그치지 않고 종이와 소재를 직접 다루며 브랜드가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어요. 동시에 우리 팀이 브랜딩 기획뿐만 아니라 실제 제작까지 완성도 있게 잘 해내는 팀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최보미
'경험해 보지 않은 영역이라고 망설이지 말자'라는 마음이랄까요. 스페이스 브랜딩 자체가 저희에게는 도전이었기에, 촬영 역시 도전하는 마음으로 시도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브랜드의 물성을 직접 다뤄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어요.
실물 목업을 만드는 과정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홍성빈
종이는 소량 인쇄가 비교적 수월했는데, 머그컵이나 쇼핑백 같은 판촉물은 최소 주문 수량이나 단가 문제 때문에 실제 제작에 제약이 크더라고요. 그래서 머그컵은 소량 출력이 가능한 UV DTF 필름을 따로 주문해서 그래픽을 컵에 직접 붙인 뒤 촬영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회의실에 네 명이 모여 '누가 제일 기포 없이 깔끔하게 붙이나' 대결하듯 붙였던 기억이 나요.

첫 촬영인데도 결과물의 완성도가 정말 높은 것 같아요. 촬영은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홍성빈
이전에 책자 표지나 내지 촬영 기획 경험은 조금 있었지만, 브랜딩 결과물 촬영은 처음이었어요. 능숙하진 않았지만, 촬영 전에 비주얼을 충분히 구체화해 둔 과정이 가장 큰 도움이 됐습니다.
미리 실물로 앵글을 테스트해 보고 크롭, 조명, 그림자, 후보정 방향까지 담긴 상세한 촬영 계획서(PPM)를 문서로 정리해 갔거든요. 덕분에 현장에서 포토그래퍼분과 원하는 연출 방향에 대해 아주 명확하게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실물 촬영을 처음 준비하는 다른 디자이너분들에게 전해줄 만한 현장 팁이나 노하우가 있다면?
홍성빈
소품을 고정할 테이프나 낚싯줄, 집게 같은 도구와 여유 있는 크기의 배경지는 무조건 넉넉하게 챙기시는 걸 추천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촬영 계획서와 레퍼런스를 사전에 명확하게 공유하는 소통 능력이에요. 현장에서는 '이 방향으로 한 번 더 테스트해 보자', '이 컷이면 충분하니 다음으로 넘어가자'처럼 빠르게 정해야 하는 순간이 끊임없이 오기 때문에, 원하는 앵글을 정확히 전달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촬영의 완성도와 효율을 좌우하더라고요.
최보미
저는 현실적인 팁을 하나 드리고 싶은데요. '스튜디오 썸네일에 속지 말자'라는 거예요. 저희도 출입 안내 문제로 현장에서 작은 해프닝이 있었거든요. 공간을 예쁘게 보정해 둔 사진만 믿기보다는 실제 스튜디오 위치나 촬영 환경, 동선 같은 물리적 조건까지 미리 꼼꼼하게 체크해야 해요.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골라주실 수 있나요?
홍성빈
저는 특히 손이 등장하는 리플렛 컷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흔한 목업과는 다른 이을타워만의 독보적인 분위기가 나와서 뿌듯했어요. 이을타워의 핵심 악센트 컬러인 ‘틸 블루’도 밀도 있게 잘 나왔고요.
장용환
저는 스테이셔너리 컷이 가장 마음에 드는데요. 저희가 들인 노력이 모여 있는 것 같아서 가장 뿌듯했던 것 같아요. 또 사진 속 아르텍 줄자나 시계 등은 촬영할 때 ‘가져가 볼까?’ 하고 챙긴 소품들이라 더 마음에 드는 것 같습니다.
최보미
결과물은 생각했던 대로 나와서 모두 다 좋았습니다. 이건 촬영 날 사진은 아니지만 사이트에 로케이션 배너가 올라갔을 때 사진인데, 기억에 남아서 공유해 드려요.

하나의 브랜드가 공간이 되기까지
디파이에게도 의미가 깊은 프로젝트였을 텐데요. 작업을 모두 마치신 소회가 궁금합니다.
최보미
공간 브랜딩은 브랜드의 메시지를 다양한 감각 속에 녹여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이을타워의 정체성을 라이프스타일로 담아내며 기억에 남는 아이덴티티를 만들어갈 수 있어서, 저에게는 무엇보다 즐겁고 뜻깊은 작업이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쌓은 경험이 디파이가 더 넓은 공간으로 도약하는 단단한 발판이 되기를 바랍니다.
Credits
- InterviewerCheon Nuri
- IntervieweeChoi Bomi, Hong Sungbin, Jang Yonghwan
